Cultural Differences in Plagiarism (CDIP) (1): South Korea
우리가 만나는 학생은 참 다양합니다. 국적과 인종, 성별이 다르며 그에 따라 문화도 다르고 교육 수준과 성취도도 다릅니다. 또한, 제각기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처와 그것을 극복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이러한 다양한 배경을 인정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강의를 준비할 때는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강의를 하는 중에도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합니다.
턴잇인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표절에 관한 문화적 차이 고찰 (CDIP)>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그 첫 연재로, 대한민국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은 턴잇인이 서비스되고 있는 140개 국 중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지사가 있는 나라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한국의 교육 기관에서 표절 및 학문적 청렴성 이슈가 다뤄지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세 명의 한국인을 인터뷰 하였는데, 모두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미국 대학원에서 수학하신 분들로, 두 나라에서의 본인의 학문적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십니다.
• 이혜원 박사(Hye-won Lee) 아이오와주립대학교(Iowa State University) 박사 과정 졸업, 응용언어학 및 테크놀로지 전공. 박사과정 시절 학부 및 대학원 과정 유학생들에게 아카데믹 라이팅을 가르쳤으며, 미국 피어슨(Pearson Education)사의 컨설턴트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세계적인 평가 기관인 캠브리지 어세스먼트(Cambridge Assessment)의 선임연구원이다.
• 김현우 선생님(Hyun-woo Kim) 아이오와주립대학교(Iowa State University) 박사과정 재학 중, 응용언어학 전공. 현재 학부 및 대학원 과정 유학생들에게 ESL 과정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 최민석 선생님(Min-seok Choi)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박사과정 졸업 예정, 교육학 전공. 현재 학부생 및 대학원생에게 라이팅을 가르치고 있다.
세 분에게 아래의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1) 한국의 표절과 학문적 청렴성에 대한 시각2) 미국에서 경험한 시각 차이
3) 어떻게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했는가
인터뷰이들이 말한 한국에서의 학창시절은, 공통적으로, 파울로 프레이리(Paolo Freire) 가 명명한 ‘은행적금식’ 교육을 닮아있었습니다. 즉, 교사가 제공하는 지식을 학생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식의 교육 형태였습니다. 이 ‘은행적금식’ 교육은 꽤 인기가 높은 교육 방법이었지만,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고양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자연히, 학생들은 [정해져있는 답을 써내기 위해] 베끼고 모방하는 것에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교육 제도 내에서 표절은 중요한 이슈로 언급되지 않았으며, 학생들은 타인의 저작물에서 아이디어나 문장을 베껴쓰는 행위가 심각한 잘못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던 듯 합니다.
사진 이혜원 박사 제공
이혜원 박사는,
“십 수 년 전인 학창 시절에는 표절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이 친구의 숙제를 베끼면 안 된다는 말씀을 가끔 하시긴 하셨지만, 그게 다였습니다. 그것이 학문적 청렴성에 대해 학창시절에 제가 들었던 거의 유일한 말이었습니다.”고 회상했습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서술식 문제에 답할 때는, 교과서에 나온 모범 답안을 암기하여 답하라고 배우곤 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온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답변을 적어낼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당연하게 교과서를 외웠습니다. 그게 나쁜 것인지도 몰랐고, 표절이라는 개념도 희미했고, 적절하게 출처 표시하는 법과 인용하는 법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교과서의 아이디어와 문장을 최대한 비슷하게 적어내면 가장 ‘훌륭한’ 답을 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고도 말했습니다.
다른 두 인터뷰이도 학창시절 이혜원 박사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고 했습니다. 시험 중에 친구의 답안을 베끼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치팅(Cheating) 행위가 나쁜 것이라는 인식 외에,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생각은 전반적으로 무척 희미했습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가면서, 그들은 비로소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또렷하게 생겼다고 합니다. 특히, 표절 행위가 발각될 경우, 그 사람에게 가해지는 강력한 처벌을 보면서 말이죠.
“미국 대학원 첫 학기 O.T 자리에 모인 학생들은 첫 날부터 표절에 관한 매우 강한 경고를 듣게 되었어요. 표절은 중대한 범죄이며, 이로 인해 학생 비자 취소는 물론, 본국으로 추방될 수도 있다는 아주 강력한 메시지였죠. 자라면서 그런 말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던 당시의 제게는 다소 충격적인 부분이었고, 그제서야 표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인지했어요.”
이혜원 박사가 유학 시절을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그러면,
이와 같이 학문적 청렴성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적인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요?
한국의 학생들 뿐 아니라, 일부의 미국 학생들을 포함한 각국의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은행적립식’ 교수법을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어떻게 이런 학생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자기만의 창의적 글쓰기를 할 수 있게끔 지도를 할 수 있을까요?
최민석선생님은 학문적 청렴성에 관한 문화적 차이를 고찰해보고자 기획한 이번 인터뷰에 서면으로 답변을 주셨는데요. 이 주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이해를 보여주는 답변을 보내오셨습니다.
사진: 최민석 선생님 제공
“학문적 청렴성에 관한 제 인식이 바뀐 건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며, 영어 읽기와 쓰기에 관해 다양한 학문적 견해들을 배우게 되면서부터입니다. 특히, 바흐친의 대화성 개념 (dialogicality)과 이종어 (heteroglossia) 개념 (Bakhtin, 1981), 바톤이 주장한 ‘사회적 실제로서의 문해력 (literacy as Social Practices) (Barton, Hamilton, and Ivanic, 2000; Bloome & Egan-Robertson, 1993) 개념이 저에게는 많은 영감을 주었는데요.
이러한 개념들과 같은 맥락으로, 학문적 청렴성이라는 것도, 우리가 따로 갖춰야 하는 기술이나 덕목을 가리킨다기보다는, 특정한 맥락과 상황 속에서 반복적으로 실행되어야 하는, 일종의 (상호간의 약속된) 행동 양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문에 입문하여 연구를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안에서 공유되는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대화로 풀어낼 능력을 요구받게 되는데, 이 때 학문적 청렴성을 준수하는 대화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학문 분야나 학계의 오랜 전통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을 무단으로 도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있는 것은 동일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생기고 난 후, 제가 학생들에게 학문적 글쓰기 수업을 할 때도 좀 더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접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제 학생들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학문적 글쓰기에 관해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의 수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민석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상의 어떤 논의들이 계속 이어져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학문적 청렴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러한 끊임없는 대화가 가능하도록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하는 기본 규칙인 것이죠.
그는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포용한다는 것은, 그들이 가진 다른 문화를 틀린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 인정하고 알아가되, 학문적으로 소통하는 데 특별히 어려움을 주는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그 간극을 주도적으로 메꿀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쓰기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유학생들이, 기존에 자신이 배웠던 쓰기 방식보다 현재 미국의 방식이 더 학술적으로 바람직하며 과학적으로 견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인식은, 쓰기에 관한 시각을 넓히고 문해력에 대한 포용적이고 창의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 현재 아이오와주립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면서 ESL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현우 선생님은 처음에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진: 김현우 선생님. IGSE 공식 블로그.
“ESL 교사들은 처음 미국에 와서 새로운 학문적 환경에 놓이게 된 학생들에게, 될 수 있는 대로 명확하게 어떤 것이 학술적 부정 행위로 여겨지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먼저 확실히 되어야 본인의 모국 문화와 새로 학문적으로 요구받는 부분을 조율해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어 미국 대학원 생활을 한 세 분의 인터뷰이의 경험을 통해 여러분은 어떤 것을 알게 되셨나요?전통적으로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모범 답안’이 존재하며 학생들은 이것을 잘 외워 적어내야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학생이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적어내야 하는 과제 자체를 별로 받아본 적이 없고, 그러다 보니, 그러한 글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표절의 개념, 출처 표시와 인용 표시의 기술 등을 배워볼 기회도 많지 않았습니다. (역자 덧붙임: 2019년 현재는 물론 이 부분에 있어 많은 인식과 행동 양식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한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본인 고유의 글쓰기를 요구받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생각 및 글과 본인 것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연습을 하게 하는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되어 처음에는 적지 않은 충격과 좌충우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화적, 학문적 다양성의 존재를 알고 경험하고 그 간극을 메우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들이기에, 이들은 현재 교사로서, 연구원으로서 다양한 학생과 학자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고, 학문적 청렴성에 관해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접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혜원 박사가 저희에게 한 마지막 말로 이번 연재를 마치고자 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께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학생으로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노력을 해본 경험이 있다 보니, 학생들을 제 기준대로 평가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학생들의 말을 먼저 듣고 학생들이 어떤 관점에서 그런 말과 글과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애쓰게 되었어요.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유학을 온 경우라면, 무엇보다도 열린 자세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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